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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상경해서 사는 소시민들의 삶과 애환을 다룬 뮤지컬 [빨래]가 대학로 소극장에서 현재 공연 중이다. 10년 7월7일에 새로 오픈한 이 공연은 주말에 만석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 기자가 관람했던 지난 주말에도 가족과 연인들이 객석을 꽉 메웠다.

 뮤지컬 [빨래]는 당신의 서울살이가 몇 년째인지 묻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하늘과 맞닿은 작은 동네, 허름한 다세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빨래]는 서울에 올라온 다양한 사람들 뿐 아니라 서울에 살고 있는 “지금의 누구”라도 공감할 법한 이야기들을 다뤘다. 현재 서울 곳곳의 삶을 진하게 우려낸다.

 강원도에서 상경한 나영은 꿈을 잃은 20대의 직장인이다. 서점에서 일하면서 부당해고당한 선배 언니의 일에 울분을 토하고 힘이 없는 자신의 현실에 눈물짓기도 한다. 그런 그녀의 옆집에는 솔롱고과 마이클이 살고 있다. 그들은 불법체류자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순수한 웃음을 잃지 않는다. 나영이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의 집 주인 할머니는 억척스런 할머니다. 세탁기 살 돈이 아까워 찬 물로 빨래를 하고 장애인 딸을 키우고 있다. 이런 할머니에게 구박받는 또 다른 세입자, 희정 엄마까지. 그 외 나오는 슈퍼 아저씨, 서점 사장, 사장 눈치 보는 직장인등. 서울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일매일 서울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뮤지컬 [빨래]는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주인 할머니의 장애인 딸이 아플 때 도와주는 사람은 그렇게 구박하던 희정엄마 뿐이고, 부당한 처사에 사장에게 대들고 술에 취해 집으로 오던 나영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취객들에게 얻어맞는 솔롱고를 감싸주다가 그런 비겁한 현실에 같이 슬퍼한다. 나영과 솔롱고가 이 때 같이 부르는 노래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드니”라는 노랫말처럼,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드니. 현재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마음에 눈물이 흐르게 한다.

  자칫 잘못하면 무거운 공연이 될 수 있었던 소재들이기에, 눈물 콧물을 쏟아내게 하거나 아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잠시 붙들어 매도 충분하다. 우울하고 아픈 이야기들 속에 웃음 포인트를 적절한 타이밍에 배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조금 슬퍼질 때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시원한 웃음들이 무겁지 않게 만들어 줄 것이다.

 뮤지컬 [빨래]에서 “빨래하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 빨래를 하다가 처음 인사를 나누는 나영과 솔롱고. 빨래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내는 희정 엄마와 주인집 할머니. 그리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빨래더미들은 실제로 그들의 삶을 의미한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 하나. 고민할 때쯤 그들은 빨래를 한다. 옷의 얼룩을 지워버리듯 때를 벗겨버리듯 옷을 세탁하듯, 그 날 하루의 슬픔도, 애환도, 고통도 빨아버린다.

 그렇기에 빨래하고 난 뒤의 옷을 새롭게 입듯이 매일을 빨아내고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현실의 무게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건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희망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희망의 씨앗들까지 뮤지컬 [빨래]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후련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도 관객들 안의 얼룩을 조금은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또는 연인의 손을 붙잡고 공연을 보러 가길 추천한다. 이제는 당신의 얼룩을 지워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