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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코믹뮤지컬 <죽여주는 이야기>

공연기간; 2011년 12월 11일 ~ OPEN RUN

공연시간; 평일/ 주말/ 공휴일 오후 7시 30분 (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장소; 대학로 삼형제극장 (죽여주는 이야기 전용2관 환상극장)

관람시간; 120분

CAST; 박사_이훈국, 조교_ 이현진, 멀티걸_ 신은미, 멀티남_ 이정구

주최; 극단 틈

snopsis;

수많은 자살에 대한 궤변들을 쏟아내며 자살을 설득시키는 박사와 괴기스러워 보이는 여성인 조교가 박사의 자살연구소를 운영한다.

이들은 자살을 연구도 하지만 고객들에게 돈을 받고 대신 죽여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들에게 죽음을 의뢰하며 죽으러 오는 사람들 그리고 죽음을 찬미하는 박사와 조교,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또 무엇때문에 죽으려하는 것인가?

그 해답을 뮤지컬 "죽여주는 이야기" 엉터리 자살 연구소 편에서 찾아본다.

1월 마지막 날 오후 눈 폭탄이 내렸어요. 벌써부터 가슴은 공연을 보러갈 생각에 술렁술렁 했고요. 순백의 눈을 가득 머리에 이고 들어온 딸래미는 드디어 주민증을 신청했네요. 사진 찍느라 야단법석이더니 손가락 지문 모두 찍었다며 아빠 닮은 짧은 새끼손가락을 투덜댑니다. 벌써... 아직도 아기 티가 투덕투덕 나는데 말입니다.

'저녁시간 별일 없으면 나하고 연극 보러가자. 맛있는 것도 사줄께. '
모래 중국에 간다는 오빠를 불러냈어요. 형제를 보고 있으면 꼭 자화상 보듯 찬찬히 들여다 보게 되어요.
친구들에게  벌써 자랑했던지
‘누구랑 보냐?'
'애인이랑 본다.' 공연시작 전에 자리에 앉은 오빠는 열심히 카톡을 두드리며  흐흐흐 웃습니다.
"야야, 이거 좀 봐라."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면서 오빠가 카톡문자를 보여줍니다.
'뜨거운 밤이시길...'
나도 크흐흣 웃습니다.

'뜨거운 밤~!' 이었지요. 눈보라를 뚫고 오가던 하얀 밤길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오빠와 다시없을 그 시간... 대학로를 누비며 겨울밤 눈길을 걸으며 미끌미끌 난리였습니다. 오늘따라 공연장은 대학로 중심에서 벗어난 외진 곳입니다. 나이든 오빠에게 저는 언제나 불안한 동생이지요. 연신 조심하라고 주의를 줍니다.

공연장 내부는 흉흉했어요. 관객들이 모두 빛나는 청춘들이라 그 음산함을 덜었습니다.
코믹이라는 무게중심을 싣고 마음을 편히했습니다만 무대엔 망치, 톱, 수갑, 밧줄, 약물상자... 살벌합니다. 어둠이 가시자 젊은 여성의 얼굴만 둥~ 전등을 비추듯 시작해서 컥 놀랐습니다. 재밌다며 다 보고 난 오빠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하네요.ㅎ

'재미있게 보았다' 그거면 된 것이지요.

배우들은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소극장 지하 찬 바닥을 딩굴며 땀을 송글송글 떨구고 열연하는 모습에 감동이었습니다. 제목이 주는 무게로 해서 으슬으슬했다가 갖가지 사연으로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들을 코믹하게 엮어내는 이야기에 웃음보가 터집니다. 의외로 표정연기들이 압권이었습니다. Open run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이벤트 당첨으로 갔다가 또 연극표 두 장을 선물 받고는 오빠에게 선물로 주었답니다. 진짜루 뜨거운 밤을 보낼 연인과 함께 오라고;;

돌아 나오는 길에 개그맨이던 이원승이 한다는 피잣집에 가려다 오빠는 매콤한 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하네요. 눈 쌓인 계단을 오르며 일본식으로 야채를 먼저 먹고 수타면을 따로 내와 그게 일품이었어요. 사리를 두 번이나 시켜 함께 먹던 빨간 김치가 자꾸 입맛을 당깁니다.

'젊어서 다녔어야 하는데' 하는 말을 흘리는 오빠... 늦으나마 중년의 남매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한 밤이었습니다.급작스레 쏟아지는 눈에도 공연을 보러 오고, 티켓을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섰던 사람들에 놀라는 오빠에게 좋은 선물이 된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