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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웃을 때에도 원칙을 지켜야 할 판이다.
 
겨우 2회를 마친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는 누리꾼마저 등장했다. 찬사를 하던 시청자가 비난으로 돌아선 것은 최초 탈락자인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경쟁원칙을 어긴 제작진과 출연진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MBC가 초강수를 뒀다. 나가수를 총괄하던 김영희 PD를 교체한 것이다.
 
MBC의 갑작스런 결정에 논란을 유발한 출연진과 시청자 모두 당황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과연 이번 사태가 담당PD 퇴출로까지 번질 만한 건이었을까?
 
원칙과 경쟁, 물론 중요하다. 어떤 분야든 발전을 위한 경쟁은 꼭 필요하며, 공정하게 경쟁하려면 원칙은 지켜져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게 첫째 목표인 예능 프로그램조차 꼭 그랬어야 했을까. 나가수는 최후의 1인을 뽑는 '슈퍼스타 K'와는 조금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노래를 주제로 경쟁을 펼치는 방식은 같지만, 순위보다는 최고 가수들이 색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각자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이들을 한 줄로 세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들은 누가 어떤 기준에서 평가할 것인가.
 
경쟁하지만 순위를 위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정한 사회'를 언급하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톡 까놓고 말하면 경쟁 자체를 없애기 않았기 때문에 나가수가 원칙을 어겼다고 볼 순 없다. 탈락한 가수의 자존심을 배려해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의도였다.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향이 180도 바뀐 건 아니었다.
 
또 나가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돌발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터지는 것을 지양하지 않는다.
짜여진 틀 대로 진행했다면 어디선가 지루하다는 비판이 터져나왔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는 수많은 장애물을 만나기 마련이다. 이번 논란을 그 장애물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고 싶다.
 
예능마저 원칙을 지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면 재미가 없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 원칙과 공정한 경쟁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할 곳은 브라운관이 아닌 다른 곳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