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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가 서린 오전 시간,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의 헤로인 서승연 대표를

만났다. 세련된 뱅 헤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외모가 빛나는 서승연.‘ 더드레서’라는 또 하나의

라인을 선보여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그녀와 나눈 짧지만 진솔했던 인터뷰 시간들을 기록한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 그녀의 드레스
‘데니쉐르’는 프랑스어로 진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다. 서승연 대표는 이름에 걸맞는,

디자인에 부합하는 드레스를 끄집어내고자 언제나 분투한다. 데니쉐르의 드레스는 이미 유명 연예인

에게 러브콜을 받고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해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생소한 브랜드는 아니다. 중세풍의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강력하게 어필되는 데니쉐르의 드레스는 환상적인 결혼식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꼽힐정도다. “방송 매체에 데니쉐르의 드레스가 자주 선보여

그런지 웨딩드레스를 결혼식 때만 입는 의상 외에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한 의상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여타 다른 패션 의류나 아이템이 드라마나 광고에 쓰였을 때 파급되는 효과만큼 웨딩드레스도

어느 정도 대중화가 되어야 국내 웨딩 시장도 활성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은

게 제 마음이고요.”

서승연 대표는 방송 매체에 자주 자신의 작품을 노출시키는 게 대중에게 다양한 디자인의 웨딩

드레스를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런웨이’라고 생각한다. 웨딩드레스, 그것도 연예인이 입은 웨딩

드레스라고 생각하면 일차원적으로는‘입기 힘들다’‘연예인만큼 예쁘지도 않은데 나한테 어울릴까?’

라는 기우가 떠오르지만, 서승연 대표는 오히려 그 반대를 생각한다. 어느 드라마에 어떤 배우가 입고

나온 그 웨딩드레스라서 더 많은 디자인의 웨딩드레스를 생각하게 되고 숍에 가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다는 것. 모델처럼 완벽한 팔등신의 체형이 아니지만 각각의 신체 조건에 맞는 웨딩드레스를

선택할 수 있고, 내가 아는 연예인이 입었기에 친숙한 느낌이 배어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김선아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는 아름다운 일본

오키나와 해변의 풍광과 함께 더불어 신비로운매력을 풍겼다. 김선아의 늘씬한 목선과 쇄골 라인이

도드라진 튜브톱 드레스가 인상적이었다. 드라마 <씨티홀>부터 인연이 시작된 김선아와 서승연은
<여인의 향기>까지 작업을 함께 했다. “<씨티홀> 촬영 당시에는 우연히 데니쉐르의 드레스를 발견

하고 의상 작업을 했지만 <여인의 향기>때는 김선아 씨가 직접 디자인이며 역할의 성격 등 을 상세

하게 얘기하는 열의를 보여 더 적극적인 디자인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어요. 참 철두철미한 배우라는

생각을 했고 자신의 체형이 가진 장단점을 잘 알고 디자인 제안까지 하는 김선아 씨를 보고 많이 놀랐

답니다. 그래서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가 김선아 씨에게 어울리나봐요.”

연예인들과의 작업은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피곤하고 스트레스받는 과정일 수도 있다.

드라마나 프로그램의 성격, 배우가 맡은 역할의 캐릭터, 배경과 장면의 디테일까지 고려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켜야 하는 과정이라 쉽게 지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동생 서승완 기획실장이‘알아서 처리해’준다고. 서승연 대표는 서승완 실장의 뛰어난 마케팅 감각

때문에 오늘의 데니쉐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동생이 있어 서승연

대표가 더욱 가열차게 디자인 작업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배우 이윤지, 정시아, 에바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선택한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의 데니쉐르 드레스를 만든 두 장본인이 바로 서승연,

서승완 자매들이다. 그 옛날 세탁소를 개조해 숍을 만들면서부터 이미 시작된 데니쉐르의 도전적인

역사를 만들어 낸 무서운 자매들이기도 하다.

자유, 믿음, 그리고 사랑의 이름 데니쉐르
“어릴 적에 부모님은 저에게 강요라는 걸 하지 않으셨죠. 언제나 참고 오래 기다려주시는 든든한

버팀목 그 자체셨어요. 아버지는 외국에 다녀오실 때마다 특별한 소품을 사다 주시거나 가족끼리

여행가는 걸 즐기셨는데 그런 소소한 경험들이 아마도 제 예술적 감성을 길러주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세탁소를 개조해서 숍을 낸다고 했을 때에도 아버지는 그냥 믿어주셨어요. 이렇다 저렇다

으레 부모님들이 하시는 걱정 어린 잔소리는 일체없으셨지요. 무한대로 믿어주고 사랑을 베풀어주신

따뜻한 분들이죠.” 서승연 대표가 부모님과의 어린 시절을 얘기하면서 조금은 촉촉해지는 눈가가

보였다. 부모님의 믿음과 어린 기다림이 오늘날의 그녀를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다고 말하는 순간에는

그녀 역시 부모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부모님이 있었기에 현재 자신의

딸 채원이를 기를 때에도 전혀 조급해하지 않는다고. 이제 10살인 딸과의 대화 속에서, 숍을 찾은 

고객의 얘기 속에서, 그리고 주변을 맴도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서 그녀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1991년 처음 양장 숍으로 시작해 20년 째를 맞는 데니쉐르의 선봉장인 서승연 대표가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은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다. 특별한 여행이나 독특한 예술품을 만났을 때처럼 스페셜한

경로를 통해 얻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무심코 얻어지는

선물같은 게 그녀의 아이디어란다. “예전의 데니쉐르는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드레스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두를 위한 드레스야말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에게 데니쉐르를 알리고자

애썼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연주회복이나 뮤지컬 복장들이었지요.”

그녀에게 있어 연주회용 드레스나 뮤지컬 의상을 제작하는 일은 또 하나의 도전이자 기분 좋은 일탈

이었다. 성악가 조수미의 드레스를 제작할 때 느끼는 희열이나 예술적인 충만감은 웨딩드레스를 만들

때와는 조금 색다른 과정이었다. 지난 9월에 끝난 대구 국제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 폐막식 때 성악가

들이 입은 드레스의 대부분이 모두 데니쉐르의 작품들이었다. 특히 조수미 씨와의 연은 그 전부터 시작

됐는데 그 때문인지 조수미가 직접 선택한 디자이너로 데니쉐르 바이 서승연의 명성은 널리 알려졌다.

파티복, 무대의상, 촬영복을 제안하는‘더드레서’라인의 론칭은 당연지사의 결과물이 기도 하다.

데니쉐르의 웨딩드레스는 화려하면서도 다소 튈 수 있는 디자인이 다수라 조금은 다른 느낌의 촬영용

의상을 원했던 예비 신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오트 쿠튀르 드레스의 대명사로 명성이

자자한 데니쉐르로서는 과감한 시도이기도 했다. 최근 데니쉐르는‘데니쉐르 베이비’,‘ 데니쉐르 란제리’

까지 생각하고 있다. 지인들에게 디자인해줬던 아기돌복을 보고 혹시 베이비 라인도 론칭한 게 아니

냐는 질문도 받았다고.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반기는 서승연 대표에게 넘지 못할 산이라는 건 없다.

현재 슈퍼모델 공식 협찬사로 지정되기도 해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바쁜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그녀의 머릿속은 에너제틱할 뿐이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부산과 창원에서도 데니쉐르의 유니크한

드레스를 볼 수 있는 숍이 오픈됐다. 귀엽고 사랑스런 신부에게는 그런 드레스가, 시크한 매력을 지닌

신부에게는 그와 맞는 드레스를 제공하는 완전한 맞춤식 드레스라 서울과 지방 모두의 신부를 만족

시키고 있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패션 트렌드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고

웨딩드레스의 변화에도 항상 레이더를 꺼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 번 입고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두는

’웨딩드레스가 아니라 결혼식 때는 가장 화려한 순간을, 그리고 조금만 응용하면 아름다운 파티용

드레스가 될 수 있는 효용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게 데니쉐르의 생각이다. 플렉서블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기다려준 부모님의 교육 방식이 서승연 대표의 뇌리 속에 그대로 남아

파티복, 연주회복, 촬영용 의상, 웨딩드레스, 베이비 라인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지들이 하나하나

구체화되고 있다. 데니쉐르라는 뿌리 깊은 나무에서 뻗어나가는 더드레서라는 가지, 여러 가지 라인에

대한 생각들이 만들어내는 가지들이 계속 성장해, 언제나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는 품질 좋은 과실수가

떠오른다. 서승연 대표가 이끌어나가는 데니쉐르 by 서승연이라는 브랜드가 그렇다. 사람 좋은 미소와

보는 이를 설레게 하는 아름다운 눈을 지닌 매력적인 디자이너 서승연 대표가 그려나갈 미래에는 또

어떤 튼튼한 가지와 맛좋은 열매가 생겨날 지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온기가 감돌았던 그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니 쌀쌀했던 아침 공기가 다소 사그라져 밝은 햇살과 조금은 따뜻해진 바람이 고 있다. 마치 서승연 디자이너의 작은 미소처럼 그렇게 아련하면서도 훈훈한 공기가 느껴졌다.

기자와의 만남이 끝난 후에 그녀는 또다시 작업에 몰두할 것이다. 더 큰 데니쉐르의 열매를 따기 위해

말이다.

웨딩매거진 'BLANC' Photographer_최승정 Editor_권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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