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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아 한창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정갑윤 의원을 만났다.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를 위해 잡지를 꼼꼼히 읽어봤다며 악수를 청하는 그의 모습에서 준비된 사람의

단면이 보인다. 그는‘인생은 언제나 준비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완전한 아침형 인간이었다.

한나라당 울산 중구 3선 의원. 현재 18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무뚝뚝한

경상도 남편. 자수성가형 인물로서 철저한 자기 관리가 확실한 국회의원. 이 모든 수식어구는 바로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을 소개하는 표현들이다. 울산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많은 인생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 한나라의 예산을 책임지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되기까지 정갑윤 의원이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을 연상케하는 날들이다. 그는 60세를 조금 넘긴 나이지만 50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탄탄한 외모를 지닌 부지런한 경상도 사나이다.

건강이 모든 것의 기본
처음에 웨딩 매거진에서 인터뷰한다고 했을 때 조금 의아했어요. 공연히 잡지의 흐름을 깨는 건 아닐까

하고요. 제가 특별히 해줄 말들이 있을까 겁나기도 하고…” 정갑윤 의원과의 첫 대화는 이렇듯‘내가

웨딩 매거진에 어울리는 인사일까?’의 물음표로 시작됐다. 국회 내에서 입지적인 인물로 통하는

그에게 듣는 결혼 생활의 면모가 자못 궁금했고 또 두 아들 을 출가시킨 한 가장이기도 했기에 인터뷰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귀띔했다. 오전 9시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침바람을 맞으며 젠 걸음으로

국회에 도착했을 때, 국회 자체가 주는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오늘의 인터뷰가 과연 순조로울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약간의 긴장감, 얼마의 떨림을 간직한 채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의 방을 찾았을 때 정갑윤 의원은 마침

통화를 하고 있었다.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줄곧 미소를 지어가며 휴대폰 너머의 그 누군가와 그들

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황급히 전화기를 내려놓고 통화가 길어져 미안하다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새벽 5시 40분경 집에서 나와 운동을 하고 국회로 출근해서 하루의 일정을

체크하고, 곧이어 있을 회의에 늦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인터뷰를 꾸려 나가야 했다. 먼저 정 의원이

맡은 중책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다.

"한 해의 예산과 결산에 대한 안건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하고 그 심사가 끝난 후 본 회의에

올리는데 이 경우 예산안은 정부의 시정 연설을 들은 다음 회부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예산결산특별

위원회는 5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과 상임위원회의 위원 수의

비율에 따라 의장이 선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어렵고 장황한가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라의 살림을 규모에 맞게 예산을 짜고 결정하는 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깐깐한 가계부를 쓰는 셈이죠. 국민의 세금을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정갑윤

의원이 생각한 예산 편성의 기준은 복지, 미래 성장 동력, 재정의 건전성 등 세 가지다. 언제나 그

기준에 맞춰 쓸데없는 소모성 비용은 줄이고 흑자를 내는, 알뜰살림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절치부심이다. 울산이 고향인 만큼 그의 모든 기반은 울산에 있다. 현재 둘째 아들과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부인은 울산에 큰 아들네와 있다고.‘ 보고 싶지 않습니까’하는 질문에 쑥스러운 듯 웃는 그의

모습에서 정치인 외에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여자의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주말마다 보면

더 잘해준다며 살짝 얘기한다. 1970년 대학 재학시절 첫 만남을 계기로 서로 말없이, 조용한 연애를

한 끝에 4년 후인 1974년에 결혼한 정갑윤 의원 부부.

첫인상이요? 차분하면서도 소신있어 보이고… 그냥 좋았어요. 이유를 말하자니 쑥스럽네요. 그저

느낌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결혼도 자연스럽게 이뤄졌지요. 프러포즈라고 할 것도 없이 물 흐르듯

그렇게 결혼을 했어요. 요즘 사람들처럼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프러포즈는 예전엔 많이 찾아볼 수

없었어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자이고, 가장 바쁘다는 정갑윤 의원. 나라의 예산과 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 보니 건강하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는 일정이 언제나 그를

기다린다.

새벽부터 일어나 운동하고 신문을 보고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정신을 가다듬는다. 건강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의미가 없다. 일도, 가정도 모두 말이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는 신체적인 건강이

주는 정신적인 건강이 충족되어야 행복한 가정도 꾸릴 수 있다며 국가에서 가정이 차지하는 몫과

역할이 얼마나 큰 지 재차 강조했다. 대한민국 출산율에 대한 걱정도 내심 털어놓았다. 국가적인

지원도 문제지만 개개인이 생각하는 결혼과 출산에 관한 가치관도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며 한걱정이다.

“형제가 없이 혼자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사랑과 더 사려 깊은 교육이 있어야 해요. 요즘엔

외동아들, 딸들이 많아 자칫 잘못하면 남을 위하는 배려심이나 측은지심은 사라져 점차 삭막해질 수

있습니다. 그건 너무 무서운 일이죠. 사회가 바람직하게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사람들의 의식이나

가치관이 올바르고 이타적이어야 해요. 그걸 바로잡아줄 수 있는 게 바로 가정이고, 결혼이고,

교육입니다.” 국가의 예산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결혼이다. 현재 정갑윤 의원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큰 며느리가 아들 하나만 기른다고 했을 때 호통 아닌 호통을 쳤단다. 그건 아이를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좋지 않다고 말이다. 혼자 크는 아이들은 북적거리며 형제끼리 큰 아이들보다 더 큰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기 십상이란다. 물론 복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올바로 서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 자신이 5남1녀중 넷째로 자라났기 때문에 누구보다 형제애에 대한 경험과 가치관이 뚜렷하다.

인간적인 관계가 충분해야 올바로 된 가치관을 지닌 인간다운 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도 정갑윤

의원의 지론이다. 이렇듯 따뜻한 인간미가 배어 있는 그가 국회 운용에도 그런 햇살 같은 따스함을

녹여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람 냄새를 풍기고,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지요. 결혼도 그런 게 아닐까요.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걸어갈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을

만나 그저 사람 냄새 나도록 사는 것, 그게 결혼인 것 같습니다”.

사랑과 믿음으로 뚜벅뚜벅 나아가자 정갑윤 의원은 무엇이든지 일단 목표를 정하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선 올해는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 공청회를 다음달 2일 여는데, 전년도

보다 2주 정도 앞당겨진 것 이란다. 그만큼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논의하겠다고.

특히 야당의 요구사항을 전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등의 화려한 이력을 거치며 정갑윤 의원이 얻은 인생의 선물은 무엇일까. “20년 정치 활동을 지내

오면서 가시밭길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때로는 웃고 울고 화도 내보고 하는 지난 날이 저한테는

다 밑거름같은 순간들이었죠. 이제 4선에 도전할 텐데 잘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아직도 할 일이

많거든요.”

정치에 처음 입문할 때나 지금이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정갑윤 의원. 복지, 재정의

건전성, 미래 성장 동력의 세 가지 기준에 의한 예산, 결산안 편성과 심사에 언제나 철두철미한 집중을

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자 한 가정의 가장. 험난한 고난의 인생을 함께한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드는 만큼 국민에게 더 봉사하겠단다.‘ 사람 냄새’나는 정치를 펼쳐왔고 앞으로도 꼭 펼칠 것

이라는 다짐을 하며, 그는 회의의 안건과 그를 기다리는 수많은 의원들 속으로 사라져 갔다.‘ 결혼은 꼭

해볼 만한 경험이며 행복한 국가의 초석’임을 강조한 채 말이다. 국회의원 정갑윤. 정치적인 대화가

아닌, 다분히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과 신변잡기식 이야기가 오고 간 정감어린 시간이었다.

Photographer 김태일 Editor 권희란

웨딩매거진 'BLANC' Photographer_김태일 Editor_권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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