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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른들을 보면 참 궁금했다. 왜 어른들은 모두 회사에 다니고, 왜 비슷한 고민을 하며, 왜 틀에 박힌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장래희망을 적어내라면 항상 큰 꿈에 부푼 대통령, 과학자, 소방관, 축구선수 등을 적어내던 친구들은 다 어딜 가고 직장생활에 힘들어하는 사람들만 남는 것일까?

우리의 삶은 직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직장이 주인인지 삶이 주인인지 더 이상 구분하기 힘들다. 모두가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왔지만 사람들은 직장생활을 ‘진정한 사회생활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토록 직장생활이 큰 의미를 갖는 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성격 더러운 상사에게 질책을 받으며, 옆 동료로부터 견제를 받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생활을 한다. 이곳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기란 불가능하며 젊은 시절의 푸른 꿈은 잊혀진지 오래다. 이것이 우리가 인식하는 진정한 사회생활이다.

이런 상황을 비추어 볼 때 뮤지컬 [6시 퇴근]이 갖는 의미는 크다. 소설처럼 이상적인 스토리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여타 뮤지컬과는 달리 마음어린 공감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깔끔한 정장차림을 한, 막 직장에서 퇴근한 듯 한 관람객들로 만석을 이루었다.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를 토대로 한 각본은 전반적인 대한민국의 문화를 반영하여 우리를 자연스럽게 공연 속으로 빨아들이며 배우들의 열정적인 열창에 어느 새 그들과 하나 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강남에서 홀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녀를 교육시키는 강남엄마, 높은 청년실업률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직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인턴사원,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온 식구를 책임지고 있는 회사부장, 그들과 함께하지만 열등감에 시달리며 언제 해고될까 항상 두려워하는 비정규직 직원까지 이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즐겁고 유쾌한 웃음 속에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가치를 함께 묻어 전달한다.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야하는가? 무대 위의 배우들은 실적의 압박 속에서 허우적대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견뎌나간다. 그들에게 직장으로 출근한다는 것은 ‘그 어떤 고난이라도 험난한 역경이라도 이겨낼 절대적 행동지침’일 뿐이다. 게다가 전쟁터 같은 직장을 벗어나면 동시에 자녀를 교육시켜야하는 엄마로서 매일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아빠로서 바쁘게 살아간다. 그들에게 삶은 매일 매일이 투쟁의 시간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변하기 시작한다. UCC 홍보 동영상 촬영을 위해 시작한 밴드활동을 시작하면서 지옥 같던 직장에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동안 경쟁자이자 서로에게 불평만을 하던 관계를 넘어서 소중한 동반자로 이해한다. 역경의 시간은 던져버리고 ‘Love this time 지금이 좋아! 이토록 가슴 뛰는 순간은 내게 더 이상 없어!’ 라고 외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세상이 획일적으로 강요했던 틀을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살아갈 때 더욱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또한, 공연 속에서는 현대판 계급의 미묘한 심리가 세심하게 묘사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은 어느 덧 동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로 치부되며 직업의 차이가 관계를 제한하며 사랑의 걸림돌이 되어버린다.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없는 현실은 대체 누가 만든 것인가?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아름답고 고귀한 가치는 버려지고 세상의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은 살아도 스스로 존재함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이익과 안위만을 생각하던 사람들이 본인들과 전혀 상관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각하고 미움의 대상이던 상사를 이해하고 배려하기 시작한다. 비록 그들의 삶은 물질적으로는 가난할 지라도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도 풍족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날 살아있게 하는, 이 시간이 좋다!’ 우리가 스스로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또한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은 대체 언제였을까? ‘늘 함께 했었던, 함께 울었던 내 사람들 모두 여기에, 늘 내 곁에 있어 힘든 시간 모두 지나가고 잊히면 함께 노래해. Live Together!'라고 외치는 이들의 노래는 우리마음에 사무친다. 머리로 계산하기보다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가슴으로 느끼며 살자. 공연 내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웃고 즐긴 후에 공연 밖을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살아있는 순간‘을 찾아 떠나는 강한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