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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멀리 서울에서 살고 있는 딸이 친정엄마에게 갑자기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엄마는 딸이 온것에 대해 무척 반가워 하면서도 시집살이 때문에 고생할까봐, 남편이랑 사이가 틀어졌나 하는 걱정을 합니다. 엄마는 딸이 와서 기분이 좋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만날 때 마다 ‘서울에서 사는 딸’ 이 왔다며 싱글벙글 인사를 하고, 김치도 다 큰 어른이 혼자 먹으면 될 것을 굳이 먹여주려고 애를 씁니다. 그렇게 티격태격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딸을 결코 아무런 이유없이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살이에 찌들어 몸도 마음도 병들어져 기댈 곳을 찾는데 그 곳이 바로 엄마가 있는 친정집뿐이었던 거죠.

한 겨울에 돈 아끼려고 보일러도 틀지 않고, 자꾸만 딸을 애취급하는 엄마에게 딸은 자꾸만 "엄마 때문에 못살겠어"라고 푸념을 합니다. 엄마는 헤헤 웃으며 "나는 너 때문에 사는데"라고 순박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함께 감동적인 2박3일을 보내게 됩니다. 단순히 2박3일이 훌렁 지나가는것이 아니라 딸이 겪었던 여러 가지 아픔들, 그리고 엄마의 바보같은 딸사랑, 엄마와의 다툼등 여러 가지 사건들이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연극이 절정에 이르렀을때는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극장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입장전에 연극표와 함께 휴지를 주길래 기념품으로 휴지를 주는건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다 쓸 데가 있었던 셈이죠. 막이 내리고 공연장 입구를 나서는데 실제로 모녀가 서로 끌어 안고 울고 계신 분도 있었고, 남자이자 아들인 제게도 여러 가지로 생각할거리를 많이 제공한 연극이었습니다.

이 연극의 주인공이 모녀라서 아들들은 어쩌나 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 있을법도 하신데 부모님께 딸이든 아들이든 덜 아픈 자식이 있을까요? 모두 같은 자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객석에는 남자분들도 많았고, 몰래 눈물을 훔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은 부모님의 조건 없는 자식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러낸 연극이었습니다. 작품의 또 다른 재미는 배우들이 몰입도,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감동극이라는 장르에서도 항상 슬프고 무거운 분위기 보다는 극중 '나'가 과거를 회상할때 마다 나오는 엄마와의 추억, 엄마의 바보같지만 딸을 위한 노력들 을 보면서 어렸을 때 부모님과의 추억을 떠올리게해 유쾌하고 흐믓한 기분 또한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출연 배우들이 모두 모여 인사를 할 때, 엄마와 딸은 정말로 감정에 복받혀서 서로 껴안고 울더군요.  그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직 독립을 한 나이가 되지 않아서인지, 극중 엄마를 보면서 제 어머니보다는 고향에 계신 할머니가 떠올랐고 극중 ‘딸’의 모습에 제 어머니와 아버지 모습을 투영하게 되더군요. 아,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저러셨을까? 나도 부모님보다 더 나이가 들면 저런 기분일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연극이었습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죠? 손이 시린 계절이 다가옵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리고 감동이 있는 연극을 찾으신다면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을 추천합니다. 아 참, 휴지는 챙겨오실 필요 없습니다. 뜨거운 가슴만 가지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