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lebus.com

우리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 어른이 되면 뭐가 그리 좋다고. 아무
튼 어린 여자 아이라면 엄마의 립스틱을 훔쳐 바르고 엄마의 굽 높은 신발을 몰래 신어
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어른이 되면 동화 속 왕자님 같은 남자를 꼭
만나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어서 빨리’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였다. 그런
데 마침내 어른이 되고나서는 <신데렐라>, <백설공주>, <미녀와 야수>, <잠자는 숲 속
의 공주>를 가슴 떨리게 읽었던 아련한 추억은 잊고 만다. 그러다 이 동화같은 이야기가
다시 떠오를 때는 바로 큐피트의 선택을 받고 사랑하는 이가 생겼을 때다. 그 옛날 엄마
의 옷장을 뒤져 바닥까지 끌리는 엄마의 원피스를 입고 마치 드레스를 입은 양 상상하
던 그 어린 여자 아이가 다시 꿈처럼 등장하는 것이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꿈을 잃었던 예쁜 여자 아이
에게 동화같은 사랑과 로맨틱한 드레스를 선사하는 것. 그래서인지 나는 디자인 영감을
주로 동화나 영화에서 얻는다. 여성이라면 모두가 영화속 주인공처럼, 또는 동화속 아
름다운 공주처럼 되고 싶을 것이고, 그렇다면 가장 아름다운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싶
은 것이 디자이너, 나의 마음이다. 내가 브랜드 이름을‘로자 스포사’로 정한 것도‘핑
크빛 장미’라는 로맨틱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며, 주인공이고픈 미래의 신부들과
함께 만들어갈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피아노를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에 드레스 디자인을 시작했고, 드레스 숍에 디자이너로 입사하면서 나의 삶은 환상
그 자체였다. 매일매일 아름다운 드레스 원단을 대하면서 나는 그저 행복했다. 심지어
주말에도 새벽 4시에 출근하기도 하고, 밤 늦게까지 휴일도 없이 일했지만 나는 지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으리라. 남들은 그
걸 열정이라고 말하지만 나에게 일은 기쁨이다. 새로운 공주를, 새로운 주인공을 나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기쁨!
영화감독도 아니고, 동화작가도 아니지만, 나는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공주들을 매일
만난다. 그들이 웨딩 데이에 주인공이 되는 날, 나의 영화, 나의 동화는‘행복하게 오래
오래 잘 살았습니다’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나는 로맨틱 웨딩 디자이너이다.
글 최명(로자 스포사 대표)

www.cleb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