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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배움의 기쁨 보단 학점의 노예‘

A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공수업을 열심히 듣는 목적으로 ‘학점’을 1위로 꼽았다. 전공지식을 얻는 기쁨이 1위일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결과다. A대학교 화학과 임모양(여.23)은 “학점이 좋아야 취업이 잘되죠” 라고 말했다. 결국, 취업을 하고자 하는 열망이 배우는 기쁨보다 큰 것이다.

최근, 대졸 취업률이 급감한데 따라 이 같은 설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는 총 54만7천416명이었으며 이중 취업자는 37만9천524명으로 취업률은 지난해보다 0.3% 포인트 적은 76.4%를 기록했다. 기관별로는 전문대 취업률이 86.5%로 가장 높았고 일반대학원이 79.9%, 대학이 68.2%였다. 전체 졸업자 중 정규직 취업률은 큰 폭으로 내려 지난해보다 7.8%포인트 적은 48.3%(24만294명)를 기록했다.

특히 4년제 대졸 정규직 취업률은 지난해(48%)에 비해 8.4%포인트 낮아져 39.6%에 그쳤다.

사정이 이 같다 보니 당연 대학생들의 취업 불안 증세와 압박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대학들이 상대평가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정원의 40%만이 B+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동기들과도 치열한 경쟁이 빚어진다고 한다.

A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언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고 느끼는지?

- 김XX (여.화학과.22) :“9시 수업일 땐 집이 멀어서 6시에 일어 나야해요. 앞자리를 맡으려고 30분 일찍 가면 이미 앞자리는 모두 학생들로 가득 차있어요. 그럴 땐 정말 치열하다 생각하죠 ”

- 안XX (여. 건축과. 20) : “도서관에 가면 정말 뼈저리게 느껴요. 전공 도서가 모두 대출되어있고, 열람실 자리도 길게 줄을 늘어서야 겨우 자리를 맡을 수 있어요. ”

? 열심히 공부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 장XX (여.화학과.22): “당연히 학점이죠. 학점이 좋아야 취업이 좀 수월하니까요. 그리고 40%만이 b+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루만 손을 놓아도 금새 다른 학생이 치고 올라와요.”

- 고XX (남. 국제경영과. 26) : “열심히 하지 않으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없어요. 오늘도 겨우 줄을 서서 열람실 자리를 맡았어요. 열람실 자리도 이렇게 힘든데, 취업은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학점이라도 좋아야 취업할 때 더 유리하겠죠 ”

?

최근 학생들의 대학생활이 어떤지?

-안XX (여.건축과. 20) : “이제 2학년이 되었는데, 밤새 야간작업에 전공수업에 과제에 놀 틈이 없어요. 고등학교 때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고3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에요.”

-김XX (여 .화학과.22) : “이제 4학년인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 학점관리 때문에 날마다 도서관에 가야하고, 과제까지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가 있어요. 이제 본격적인 취업준비 기간이라 학점뿐만이 아니라 영어, 다양한 경력, 봉사활동 까지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요즘 몸이 10개라도 모자란다니까요?”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대학생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취업걱정이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20대의 청춘이란 모두 옛말. 지금은 그저 학점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열람실과 강의실을 전전하며 인터뷰에 응할 시간도 겨우 얻어 냈다.

결국, 전공수업을 열심히 듣는 목적이 자기 전공에 대한 배움의 기쁨이 아니라 취업과 성공 그 두 가지에 메여있는 셈.

학생들을 만나기 전 대졸자들의 취업률을 검색 해보았다. 몇 년 째 꾸준히 하강하고 있는 중 한 가지 올라간 포인트가 있다면 비정규직의 비율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창 꿈을 꾸고 자신의 역량이 어디 까지 인가를 가늠해 보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기둥들이 학점의 노예가 되었다. 지금도 전국 대학에서 과제에 찌들고 열람실을 전전하고 있을 학생들. 진정 자신의 길을 제대로 찾아가는 이는 몇 명일까. 대학생들은 지금도 열병을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