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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갤러리(The Gallery)'에서 펼쳐진 이색 프로젝트 [밑:MEET] 공연 중 심지가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심지는 뮤지션이다‘가 아닌 ’심지는 뮤지션이자 예술가이다‘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 시간이었다.
[밑:MEET]은 ‘만나다’라는 의미로 ‘전시와 공연이 만나는 자리’, ‘아티스트의 숨겨진 재능과 처음으로 마주하는 자리’, 또는 ‘새로움(nowhere)과 만나다’라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NOWHERE의 첫 번째 기획 프로젝트이다. 본 공연은 홍대 인디씬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들의 다양한 재능을 이끌어내어 전시와 공연, 관객문화를 하나로 융합(Meet)하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NOWHERE가 섭외한 재능 있는 뮤지션들은 약 20일 동안 다방면의 예술 작업(예: 사진, 영상, 그림, 그래피티)을 준비해 갤러리관에 전시했다.
심지 또한 항상 미니홈피로만 공개해오던 이미지들을 [밑:MEET)을 통해 처음으로 오프라인에 공개했다. 심지는 록밴드 ‘PIA’의 멤버가 아닌 개인 ‘심지’로서 독주 공연도 겸행했다.
사실 종전의 홍대 클럽이 주축이었던 대부분의 기획공연은 테마가 부족한 일회성 공연이 많았고, 뮤지션들의 음악 외적인 예술 감각을 보여주고 관객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기회도 적었다.
[밑:MEET]공연은 이러한 난점들을 극복하고 관객들이 심지를 비롯한 뮤지션들의 내면을 느끼는 것은 물론, 전시와 공연을 아주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시간이었다.

개인 이미지의 첫 오프라인 공개인데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나요.

평소에도 이런 공연을 좋아했어요. 전시와 음악이 함께 하는 공연에 관심이 많았는데, NOWHERE의 연락을 받고 기회가 닿아서 참여하게 됐어요. 나중에는 판을 좀 더 크게 벌이고 싶어요. 음악과 예술은 종이 한 장 차이예요. 음악 하는 분들 중에 예술적인 재능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제 주변에도 예술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PIA멤버인 혜승 씨가 그림을 잘 그리고 제가 며칠 전 전시회를 다녀온 혜승 씨 누나도요. 갤러리를 대관해서 다 함께 전시와 음악이 함께하는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전시에서는 음악이 아닌 작품으로 팬들과 소통하게 됐는데 느낌이 어떠세요?

좋아요. 팬과 전시회를 찾은 관객 분들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음악과 다른 예술 활동 가운데 더 재밌는 것은? 심지씨 선택이 궁금해요.

당연히 음악이에요. 음악은 학창시절 때부터 쭉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거예요. 물론 다른 예술 장르도 좋아요. 그런데 가령 음악과 전시 예술은 반응적인 차이가 있어요. 전시는 그 순간 조용히 감상하고 지나가는 반면에 음악은 바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잖아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도 직접 느낄 수 있고요.

오랜 시간 알고 지낸 혜승 씨와는 언제나 친해 보여요. 두 분이 연인처럼 잘 어울리는데, 혜승 씨보다 더 잘 어울리는 분과 꾸려나갈 결혼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빨리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50~60대보다 70대를 넘어선 노후가 기대돼요. 나이가 들어서도 음악을 계속할 것 같아요. 지금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100% 표출하지 않고 어느 정도 억누르고 있어요. 하지만 70대가 되면 엄청날 거예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끌어낼 계획이에요. 배우자와 함께 즐기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이색적인 공연 시간이 다가오네요. 기분이 어떠세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까도 언급했듯이 이런 공연을 좋아해요. 오늘 혼자하는 공연인데 재미있게 할 거예요. 기대해주세요.

인터뷰가 끝날 무렵 심지를 바라봤다. 공연이 몇 분 남지 않았는데도 그에게서 긴장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그에게서 다가올 공연을 즐기려는 긍정의 느낌과 자신감이 한껏 엿보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약 70분간의 공연이 시작됐다. 조금은 장난꾸러기 같던 그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졌다. 그리고 아티스트 ‘심지’가 사뭇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키보드를 만지고, 눈을 감고, 또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전시 이미지와 접합하는 멋진 공연이었다. 키보드 위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음악은 터져나왔고, 관객은 음표에 자유롭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어느샌가 리듬을 타게 되는 심지의 즐거운 공연과 시선을 멈추게 하는 전시. 이는 관객들 마음에 다시 꺼내보고 싶은 앨범으로 간직되었을 것이다.

(클레버스 기자단)=강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