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lebus.com

시민과 한강, 디자인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여의도 한강 공원

  오랜만에 잡은 핸들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왔던 여의도 한강 공원에 가기 위해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날씨는 흐렸지만 한강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로 나의 마음은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보라매공원(동작구 소재)에서 안양천을 지나 한강으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길을 점거한 공사차량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힘껏 페달을 밟았다. 흐린 날씨 탓인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려 한강에 도착했다.

  한강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여의도 지구의 공사는 끝나고 성산대교 위쪽 지역의 보행로가 조성되고 있었다. 뿌연 먼지를 마시며 선유도공원을 지나 여의도 지구로 들어섰다. 여의도 지구에 들어서자 에메랄드 빛 대머리를 뽐내는 국회의사당이 나를 반겼다. 저 멀리 여의도 한강 공원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의도 한강 공원은 한강의 시민공원 12개 지구 중 하나로, 이촌 지구와 선유도 지구 사이의 8.4km 구간을 말한다. 한강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면적이 148만 7374㎡에 이르는 대규모 공원이다. 서울시민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으로 계절마다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하나로 공원을 새롭게 단장했다. 긴 공사를 마치고 지난 9월 말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공사 마치고 지난 9월 말 개방     시민과 한강의 거리감 줄여 

  공원은 과거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가파른 경사의 콘크리트 제방은 사라지고, 강변을 따라 보행로가 조성되어 시민과 강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었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이용하던 길은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로 확실하게 구분하여 안전성을 높였다. 예전에 비해 확연히 넓어진 공원의 모습은 어린 시절 자전거를 빌려 탔던 여의도 광장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넓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물빛광장은 공원 한가운데 조성되어 있었다. 분수대는 연신 물을 내뿜었고, 분수대 앞은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로 가득했다. 분수대에서 한강으로 시선을 돌리자 강 위에 떠있는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건물 주위에서 쉴새없이 물줄기가 솟는 이곳의 명칭은 ‘플로팅 스테이지’로 물방울을 형상화한 수면 위에 떠있는 무대다. 2,200석 규모의 수변스탠드로 레이저쇼와 분수쇼가 열리는 공간이다.

  공원 곳곳에는 독특한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만 같은 비행기 모양의 조형물은 공원의 편안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공원 한 쪽에 자리 잡은 허수아비 가족도 눈에 들어왔는데 날씨가 흐려서인지 화목하다기보다는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로 탈바꿈할 것으로 믿는다. 매점과 화장실도 노란색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꾸몄고, 벤츠 위 천막도 독특한 디자인을 사용했다.

  마포대교 밑에는 공원 속의 공원, 서울색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10가지 서울의 대표색으로 다리의 기둥을 꾸몄고, 한강의 물결을 형상화한 독특한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을 잇는 다리의 기둥들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었다. 다리 밑 작은 디자인 공원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포대교 밑 서울색 공원, 신선한 시도

부족한 녹지 공간은 아쉬움 남겨

  여의도 한강 공원은 시민과 한강, 그리고 디자인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서울답게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많이 활용했다. 공원진입로도 크게 넓혀 한꺼번에 많은 시민이 이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공원규모에 비해 적은 녹지 공간은 아쉬운 부분이다. 내년 봄에는 푸른 나무와 어우러진 꽃과 풀들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