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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들' 간담회 현장 - 진솔한 이야기 속으로

(클레버스) 이한나 기자 =  2011년 1월 25일 오후2시, 건대입구 롯데 시네마에서 영화 ‘아이들’의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의 하나인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보다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공개됐다.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는 이 규만 감독과 배우 박용우, 류승룡, 김여진, 성지루가 참여했다.
이규만 감독은 실화를 다룬다는 사실 만으로도 영화를 작업하는 것이 어려웠음을 밝혔다.
아직 끝나지 않은 상처이기 때문에 그는 기획에 의도 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슬픔과 당시 사회적 단면에 집중했음을 밝혔다. 영화의 대부분을 실화에 바탕을 두었지만 영화 속 인물이나 지역에 가명을 사용한 이유 또한 아직 끊어지지 않은 상처의 여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가상 인물인 강지승 피디 역의 박용우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객관성에 의존했다. 영화를 찍을 때 인물을 접하고 받아들여서 관객들에게 객관적인 진실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극중 자신의 아이를 보는 장면 이후로 사건에 대한 자의식과 감정에 대한 진솔함을 갖고 임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영화를 보며 느끼는 감정을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며 공감을 요구하기도 했다.

극중 강지승만큼이나 이야기 전개에 박차를 가했던 인물 황우혁 교수는 류승룡이 열연했다.

차분하고 지적인 표면의 모습과 달리 10년이라는 흐름을 기점으로 드러나는 황교수의 집착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대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개구리가 아닌 도룡뇽의 알을 주우러 갔지만 근거 없이 왜곡되기 시작한 진실과 오해의 확장, 궁극적으로 시대적 망각이라는 슬픔을 사실로 전하고 싶었다."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가늠할 수 없는 그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영화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슬픔을 나누는 계기를 만들자."라며 의견을 전했다.

 
김여진 은 영화에서 실종돼 사망한 아이 종호의 어머니 역을 맡았다. 말을 거의 잃고 희망마저 실종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그녀는 오직 눈빛과 직접적인 이미지로 승부했다. 영화속에서 어둡고 거친 피부와 표정으로 연기했던 것에 대해 여배우로서 어렵거나 고민되는 지점을 묻는 질문에 김여진은 "감독을 믿었고 외면적으로 변화해야 했던 부분을 당연하게 받아 들였으며 별다른 갈등 없이 사실에 가깝게 보이기 위해 역할에 집중다"라며 담담히 밝혔다.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배우, 바로 우리가 하는 일이다. 그 숙명을 생각하며 아픔을 표현했다.”며 자신 또한 이번 영화에 배우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진심을 담았음을 이야기 했다.
 
김여진 의 상대역이자 종호의 아버지 역을 소화한 성지루는 이번 연기가 남달랐음을 직접적으로 전달했다.

"첫 촬영을 하기 전에 2~3일 동안 묵도를 하고 촬영에 임했다. 고인께 억울한 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를 통해 해주길 바란다”고 할 정도로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슬픔과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사건을 누구보다 강렬히 인지하고 있었던 그는 실종된 아이의 아버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어렵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작품 보다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자신의 감정이 과해지지 않도록 제어하며 실존 인물을 표현하려 했다 전했다. 그는 진짜 범인을 언급하며 그가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고 더불어 영화가 실질적으로 어떠한 해결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임했던 자세와 느꼈던 감정을 이야기했다.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내면의 갈등과 시나리오 과정에서 견뎌야 했던 회의감은 실제 부모들과의 만남을 기억하며 이겨냈고, 루머로 인한 그들의 상처까지 감싸고자 노력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이 영화는 안으로 깊게 곪은 상처와 슬픔을 생각하며 가슴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하며 관객들도 같이 느끼기를 당부했다.
 
영화처럼 무겁고 차분했던 간담회의 막바지에는 배우와 감독간의 친분과 유머로 하나의 반전을 선사했다. 먼저 류승룡은 박용우에 대해 100년 만에 나올까 말까 하는 배우라며 그의 진지함과 영향력에 대한 감탄을 연발했다. 이에 박용우는 류승룡도 1000년 만에 나올 배우라며 세기 유머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특히 감독 이규만과 간담회 중에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이들이 얼마나 서로 공감하고 하나가 되어 촬영에 임했는지 보여주었다. 비록 이날 참석하지 못한 성동일은 참석자들의 발언을 통해 '유머와 감성을 완벽히 갖춘 배우'라는 평을 들으며 빈자리가 무색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아이들’은 오는 2월 17일에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