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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양면성을 이야기 한다는 것

(클레버스) 이한나기자 = 인간의 양면성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사실 지극히 부가적인 설명이다. 우리에게 존재하는 이면의 모습은 어떤 전제도 필요 없는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중 혹은 다중적인 인간의 내면은 살면서 차지하게 되는 다양한 역할로 인해 생겨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연약하고 보호 받아야 한다는 시대적 관념을 끌어 앉으면서 직장에서는 강하고 진보적인 한 인간으로서, 가정에서는 다정하고 현명한 아내이자 어머니로서의 임무를 수행한다. 다양한 틀은 한 인간을 완성 하기도 하고 우리의 삶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이끌어 내는 것 역시 우리가 감행해야 하는 삶의 일부일 것이다.

이렇게 인생의 의무로써 존재하는 인간의 다중적인 모습들은 보통 숨겨지고 가려지기 마련이다. 일관되고 정적인, 한 방향으로만 모색되는 스스로의 인격을 미덕으로 여기고 살아온 우리가 하는 일종의 만행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동안 우울하고 축축한 음지의 세계로 다뤄졌던 인간의 이중적 심리가 이제는 당연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일상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2011 년 1월 13일부터 개최된 여자를 위한 전시회 “How to be a lady”는 여성이 갖고 있는 다중성에 대해 특별한 설정을 가미하여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가 여성인 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력과 통찰력이 섬세하게 드러나 있고, 인터뷰를 통하여 그들의 작품을 비롯 작가의 이중성 또한 관찰 하였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서 비롯되는 모든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분히 이중적인 두 여성작가를 만나면서 이러한 현시대의 동향과 그들의 작품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얼만큼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지 살펴보자.

-그녀  박지현 작가를 만나다-

그녀의 작품은 함께 전시를 이룬 이현진 작가의 작품과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톤 다운된 칼라가 주를 이룬다. 자신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그녀의 작품 성향은 1920년대 영국을 좋아하고 그 시대가 배경이 된 책 표지를 디자인하면서 완성된 것이기도 하다. 자신을 표출하면서 발견되는 이면의 모습은 작품 뿐 아니라 작가 자신을 묘사하는 행위의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평범하고 일반적인 작품 속 주인공의 포즈에서도 여성들의 절대적인 공감을 일으키는 특별함이 드러난다.

지금껏 인간의 양면성을 주로 다뤄온 박지현 작가는 다음 작품에서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싶어한다. 작품을 이루는 차분한 칼라의 조합만큼이나 정적인 분위기를 추구해왔던 그녀는 자신의 가정을 이루면서 즐겁고 밝은 감정에 대해서도 표현해보고자 한다. 시대적으로는 1950년대, 그 시절 뭇 남성들의 로망의 대상이었던 핀업걸들의 뒤의 일상들에 대해 다루면서 색다르고 특별한 느낌과 스토리를 구상 중이다.

고전적 여성의 이미지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소녀 같은 발랄함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그녀는 인터뷰 내내 밝고 친근한 모습이었다. 결혼 전 자유연애주의자라고 자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삶을 원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을 돌아볼수록 지금껏 작품을 완성시켜온 양면성을 발견하는 듯 했다. 이중적인 여성의 겉과 속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작품 앞에서 관객들이 20년대 tea time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는 관전 포인트 역시 작가의 그러한 내면을 담고 있다.

엄마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자신을 발견하고 작품에 있어서도 새로움을 추구하게 된 그녀의 이중성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듯 하다. 그와 더불어 작품 활동도 완벽하게 해내는 그녀는 이시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의 대변가다.

-그녀 이현진 작가를 만나다-

이현진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포즈가 매우 일상적이다.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한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그들은 색감이 반전과 대비를 통해 작품의 의미를 표현한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작품 속 캐릭터는 알렉스 시리즈와 희주 시리즈로 나뉜다. 자신의 실질적 모습을 닮은 알렉스와 오로지 작가가 원하는 모습으로 탄생된 희주는 그녀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지현 작가가 말하는 양면성과는 다르지만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의 심리를 작품의 중심에 둔 것이다 .

이상과 현실의 극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작품은 솔직하고 유쾌한 그녀의 성격을 말하기도 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투명하게 바라볼 줄 알아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전하려는 행복과 즐거움의 메시지는 동적이고 다이나믹한 알렉스로부터 전달된다. 작가를 그대로 투영한 알렉스와 달리 희주는 새롭지만 막연한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인물일 뿐이다.

<알렉스>

<희주>

작품 밖에서 작가는 5살 딸아이를 통해 행복을 찾는다. 그런 그녀에게서 캐릭터 알렉스 뿐 아니라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희주의 이미지를 갈망하면서도 알렉스의 삶을 지향하는 그녀의 이중성은 이러한 자애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인터뷰를 마치고 인간의 양면성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양면성에 대해 묻고 되물었다. 답은 아마도 내 안에 있을 것이다.